변호사의 삶

변호사의 삶 6. 승패는 변가지 상사.

도춘석변호사 2021. 5. 3. 13:01

변호사의 삶 6.
승패는 변가지 상사.

변호사에게 수임한 사건의 결과 즉 승패란 영원히 벗어나기 어려운 숙명이다.
승패의 부담이 변호사 업의 최대 난제라는 것은 변호사라면 다 공감이 될 것이다.

교과서에는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의 서비스는 이른바 결과 채무가 아니라 과정채무라고 적혀 있지만,
변호사업의 실무에서는 그야말로 공염불이다.

아무리 열심히 했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고개를 들 수 없는 게 이 바닥의 생리다.
그래서 나는 안 될 사건은 되도록 선임을 피하는 것으로 대응하고, 혹 결과 예측이 어렵거나 힘든 경우는 미리 이러이러한 쟁점이 있는데 하면서 유불리를 고지하고 선임절차를 진행한다.

그래도 질 사건은 진다.

패소한 결과를 받고도 같은 편에 서서 열심히 싸워준 것 만으로도 진정 고마워하는 의뢰인도 있지만, 그 숫자는 극히 미미하다(이런 분들께는 무한한 존경을 드리고 싶고, 혹 다른 도움이 필요할 때 더 열심히 돕겠다는 생각이 든다).

변호사들이 페북에 사건의 결과를 올리는 글은 모두 성공한 경우를 올리게 된다.
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는 늘 잘나가는구나 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.

그러나 누가 승소의 결과를 받으면, 그 상대방은 필연적으로 패소의 결과를 받게 되기 마련이다.
결국 변호사 업계 전체적으로는 승소와 패소는 거의 동률이 되는 셈이다(엄밀히 말하면 변호사 선임없이 진행된 당사자 사건도 많으니까, 변호사 선임 건에서는 그래도 승소 가능성이 좀 더 높을 것은 분명하지만....).

지난 금요일
외지에서 진행된 다수당사자 사건의 선고가 있었고 오늘 판결문을 입수하여 보았다.

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.
종전 판례의 입장과 이번에 진행된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른 것으로 봐 달라는 주장을 했었는데, 1심 판결은 그런 고민에 대한 판시가 없이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.

물론 항소심을 진행할 예정이지만,
벌써부터 당사자인 의뢰인들의 전화가 빗발친다.

승패는 변호사라면 늘 있는 일이고,
이십년을 숱하게 겪었지만 그래도 힘드는 건 어쩔 수 없다.

이름값을 하라는 것이니까....

사무실 액자 글씨는 변호사 개업날 지인이 써서 선물한 글이다.
시시비비위지지, 바른 것을 바르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것을 일컬어 지혜라고 한다는 내용인데, 저 글을 읽으며 아직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.

 

2021년 4월 19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