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변호사의 삶

변호사의 삶 3. 납기

도춘석변호사 2021. 5. 3. 12:54

변호사의 삶 3.

납기

변호사는 수임하는 순간부터 숙명적으로 채무자가 된다.
사실관계 파악부터 법리구성까지는 기본이고,
의뢰인의 심리와 재판부의 의중까지 읽고 대처해야 한다.

심지어 그 어려운 것을 겨루어야 하는 상대방도 같은 수준의 프로다.

그러다 보니 안 풀리고 어려운 사건은 한순간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.
심지어 꿈속에서도 사건에 쫓기기도 한다.
중간에 선잠이라도 깨게 되면 이런저런 상념탓에 잠을 설치기도 일쑤다.

고민도 고민이지만 그 고민의 결과를 글로 풀어야 한다.
근데 이 작업이 만만치 않다.
우선 자기 의뢰인의 검열이 먼저고, 그걸 통과하면 상대방이 글의 허점을 눈을 부라리며 찾을 것이다.
그후엔 두고두고 법관에게 그 내용의 허실을 해부당한다.

이러다보니 서면 납품은 과장을 쫌 보태서 산모의 산고에 비유되기도 한다(산모들이여 용서하시라).

그래서 이름이 준비서면이지만 마냥 미루다가 기일에 임박해서 내는게 부지기수다.
어떤 재판장은 그점을 콕 찝어 나무라기도 한다.

법관 생활을 오래 하다가 변호사 개업을 한 모변호사님이 자기도 법대에 있을 때 서면 늦게 내는 변호사를 많이 나무랐는데 요즘 자기가 딱 그 신세가 되어 재판장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....

요즘 기일 직전에 내는 서면이 많다.

모두 내가 게으런 탓이다.

내일 재판에서 만나게 될 ○○○변호사님 너무 치받지 말아 주시고(기일 속행 구하시면 따르겠나이다),
재판장님도 어여삐 봐 주시기를....

아래 사진은 회장 취임 장면인데, 고참 편에 드는 회장도 이러니 우리 젊은 변호사님들은 얼마나 고되실까? 숙명이다.

 

2021년 4월 8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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